울산 근교산

옹강산-노인과 강이라니...

솔바람* 2007. 3. 17. 14:36

 

                                 옹강산 산행 이야기

 

2006년 4월 16일 일요일 날씨는 맑으나 쌀쌀한 바람이 거센 날

청도군 운문사 지나 그 이름도 야릇한 옹강산에 가다

옹강산(翁江山 834m)이라 한자음을 그대로 풀이하면

노인과 강이란 뜻의 산일텐데.....

도대체 옹강산이라 이름한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괜히 옹녀와 변강쇠가 나오는 고전 해학극 가루지기가 생각이나

나 혼자 실성한 사람마냥 큭큭 웃는다 ㅋㅋㅋㅋㅋ

<옹강산 산행 들머리 오진1교 입구>

운문령을 넘고 운문사 갈림길을 지나 청도 방향으로
십분여 가면 우측 길가에 십리골 식당 입간판이 있고
그 옆으로 오진마을로 이어지는 오진1교를 건너면
삼거리에 상수원 감시초소가 있다
왼쪽은 오진마을 가는길이고 오른쪽은 소진마을로 가는길이다


<옹강산 들머리 근처 막 피기 시작하는 철쭉꽃>

산행 들머리에는 운문댐으로 흐르는 냇가를 따라
몇 그루의 키 큰 벚나무가 서 있었다.
화사하게 피어난 연분홍빛 벚꽃위로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몰아치는 찬바람에 꽃잎들이

허공에 흩날려 청춘의 환희와 인생의 허무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능선의 고사목>

젊음의 환희의 시간은 덧없이 가버리고,

말라버린 고사목 처럼 지금 과거 앞에 서 있다.
청춘은 바람처럼사라졌고 지금의 이 자리엔 그리움만이 가득하다.
삶의 고뇌에 그 아픔이 상처가 되어  곪아 터져 흐르는 세월에 아물듯이....


<옹강산 능선에서 본 운문댐 상단>

오름길에 쉬어가는 50 중반쯤 되는 등산객 남자 3명을 만났다

대구에서 동서들끼리 마누라들은 산아래 음식점에서 두고 왔단다

일행중 막내인듯한 한분이 옹강산들머리 오진마을이 고향이라 하였다

참 좋은곳에서 태어났네요 하니 고향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ㅎㅎㅎ

운문댐 넘어 아련하게 도시가 보여 어딘지 아느냐고 물으니 경산이란다

아무래도 청도인것 같은대 이상하다싶어 다시 물으니 지가 대구에 살아서

잘 안다는 것이였다....허풍이다 !! 경산은 여기서 보일리가 만무한데 ㅋㅋㅋㅋㅋㅋ 


<능선에서 본 운문산과 억산 깨진바위 그리고 앞에는 지룡산이 보인다>

고향이 여기라 하길래 옹강산의 야릇한 산이름에 대해 물어 보았으나

잘 알지 못하고 어릴적에도 와보지는 않았고 오늘 처음 와본다고 하였다

혹시나 변강쇠와옹녀전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을것 같아 공연한 기대를 하였으나

결코 아무런 연유가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환상에 사로잡혀...... ㅋㅋㅋㅋ


<능선에서 본 주상절리>

주상절리 라 하는것은 주로 해안가에 있는것으로만 알았는데

이런 깊은 산중에도 사각 기둥모양을 한 주상절리가 있을줄이야 ~~~


<옹강산 정상이 보이고>

사는 일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
혹은 너무나 힘겨운 삶이 존재의 의미를 위협할 때
흔히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를 꿈꾼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속절없이 바람처럼 흘러 가고

지금 나는 나아 가야할 고비고비에 단지 과거의 앞에서

우두커니 외로움으로 서 있을 뿐이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

바위틈에 붙어 길게 뻗어 오른 한그루 소나무의 솔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강하게 혹은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것이 솔잎인지 아니면 내 마음인지 혼동스럽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나뭇가지에도 봄은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경외 !! 그 이상 더 표현할 수는 없었으므로...



<말등바위를 타고 앉아서>

말의 잔등처럼 생겼다 하여 00신문 산행팀에서 붙인 이름이다

잔등에 올라 기마자세를 취하여 한번 "이랴" 하고 외치고 싶었다

헉!!! 옹강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대도 또다시 변강쇠 생각이 났다

변강쇠가 헤어진 옹녀를 찿아 말을 타고 재를 넘고 산을 넘고 강을 지나

이고을 저고을의 바람난 수많은 여자들(?)을 농락하던 장면이... ㅋㅋㅋㅋ

<옹강산 정상>

여유로운 길을 오르니 드디어 옹강산 정상이다
태극기가 외로이 펄럭이고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없다

진행방향에서 왼쪽은 삼계리재와 서담골봉(835.9)을 거쳐
문복산(1013.5)과 운문령 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꺽어 내리면 하산길인데 한참을 내려서면
소진마을로 선녀가 유희를 즐겼을 법한 비경의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난다

곧이어 뒤따라온 대구에서 왔다는 등산객들은 사과 하나를 깍아 한조각을

권하고는 하산해서 점심을 먹는다며 급히 하산을 서두르길래 같이 하산하다


<옹강산 계곡의 상단의 넓다란 암반위에서 점심>

계곡상단에 좌우로 물이 휘돌아 흐르는곳 가운데에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가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서 늦은 점심을 하고자 동행한 등산객들은 먼저 가라하고
그 바위위에 정자삼아 가져온 먹거리로 맛있게 먹고는
벌렁 드러누워 곧게 솟아오른 나무 사이로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았다.

가슴으로 무수히 쏱아져 내리는 봄빛이 눈이 부시도록 아련하다

이순간 모든 상념과 질곡의 그늘이 사라지고 천상에 온 느낌이다

 


<봄이 오는 비경의 계곡>

시간을 망각해버리고 그저  심신을 영원히 자연에 맡겨 버리고 싶지만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무거운 등짐이 또 현실로 내몬다

주섬주섬 졸리운 눈을 뜨고 배낭을 들쳐메고 나그네처럼 터벅터벅 계곡을 내려선다

한참을 계곡의비경에 감탄하면서 내려 서는데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저만치 덤불속에서

무언가 거무스름한 물체가 꿈뜰이면서  고약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와 코를 막는다


<계곡의 하단부>

얼핏 보기에 거무스름한것이 멧돼지처럼 보였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것 같았다

가지고 있던 스틱(지팡이)으로 육군병장(?ㅋㅋ) 출신이라 그때 배운

총검술 동작 - 찔러총 - 자세로 하여 바짝 긴장하여 주시하는대

자세히 보니 아까 먼저 내려간 등산객중 한분이 큰일(? ㅋㅋ)을

치르고 있는중 이였다... 에휴 ! 이런 ! 십년 감수했네 ~~ 쪽 팔리게시리 ㅋㅋㅋ 

그양반 하는말인즉슨 거의 다 내려와서 쉬면서 막걸리 한잔 햇는데

그만 그것이 탈이 난것 같다면서 배를 움켜쥐고는 재빨리 먼저간

일행을 향하여 휑하니 줄달음쳐 달려 갔다


<산행날머리 소진마을>

하산 들머리인 이름도 예쁜 소진 마을에는
무르녹은 봄이 질펀히 흐르고 있었다.           
냇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과
과수원에 피어난 복숭아꽃에도 길가 들꽃에도
졸졸거리며 흐르는 냇가의 물소리에도
낯선 산객의 발걸음 소리에 놀라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와 너무나 크고 둥글어서

오히려 슬픈 외양간의 일없이 서성거리는  황소의
껌벅거리는 게으른 눈에서도...


<소진 마을 냇가에서 빨래하는 할머니>

냇가에서 겨우내 때묵은 빨래를 하는

촌로의 손끝에도 따뜻한 봄이 오고 ....

이제 얼마 안가서  이봄도 아쉽게  끝날것이다
계절의 봄은 때가되면 다시 돌아 오지만
청춘의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늘 봄이고 싶다.
나는 봄 한가운데에  서보고 싶다.
계절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인생에도 역시 같은 계절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