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
참 나는 무엇일까? ...산을 오른다
얼마 만큼 비워 두고 올 수 있을까?
첩첩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이어지는
수많은 이 골짜기 저 능선을 따라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와 무념(無念)의 시간들을
또 얼마나 간직할 수 있을까?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 보면
때로는 다 못다한 것들에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것임을 미처 모르는 것도 아니것만
살아가야 할 남은 날들은
또 얼마 만큼의 기나긴 고행(苦行)으로
잿빛 구름처럼 휑하니 몰려 올까?
마음을 조금 더 비워두고 올걸...
세파에 흔들리는 여리디 여린 마음을
거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천 수만년 세월에 말없이 견뎌온
저 바위들을 따라 바람에 흐르는
구름처럼 훨~훨~띄워 보내고 올걸...
몸도 조금 더 비워두고 올걸...
산능선을 따라 재를 넘어가며
뜨거운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에
휘청거리는 갸녀린 군상(群像)들
햇살 뜨거운 산중에서 비틀거리는
이 한몸이 가야할 곳은 어디까지 일까?
오르고 또 올라 더 오를 곳이 없다 해도
삶의 여정은 늘 눈물 아닌 곳이 없고
또한 이세상에 피고 지는 생명들은
계절이 가면 어쩔수 없이
아쉬움으로만 홀로 남는 것 임을...
그러게 조금 만 더 비워두고 올걸...
빈둥지에서 이리 저리 기웃거리며
애처로이 짝을 찿아 슬피 울음울며
서성이는 산새처럼 홀로 외로이 걸어가는
거친 삶의 길목엔 늘 그림자 같은 소중한
인연의 짝은 비록 그 어디에도 없을지라도
산은 언제나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같은 것...
상큼한 솔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렇게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가슴도
그렇게 거칠게 내 뿜었던 길다란 숨결도
이제는 마음도 몸으로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미련같은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
마음도 몸도 조금만 더 산중에 비워 두고 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