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 집 나가면 개고생...
2009년 7월 19일 일요일 흐린후 맑음
경북 울진군 백암리
백암온천-백암폭포-백암산성-백암산-선시골갈림길-선시골-선구리
10:40 11:20 12:10 점심 13:30 13:50 14:30 17:10(6시간30분)
지난해 초겨울 이였지...
첫눈을 볼꺼라는 기대을 안고
올랐던 경북 울진의 백암산 !
그때는 찬비가 내리는 겨울이였고
오늘은 몹씨 후텁지근한 여름이다
그때는 사뿐히 내려 오는 길이였고
오늘은 힘들게 올라야 하는 길이다
그리고 원시의 선시골로 내려선다
그러나 울진 백암산은 변함없이
그자리에 천년만년 그대로 있고
단지 오고 가는 사람만 다를 뿐
그 마음만은 백암산과 같으리라

등산안내도를 지난 초입부터
백암폭포 갈림길까지는
둘이서 나란히 걸어도 좋을만큼
연인들의 산책코스와 같은 넓은 길이다
그리고 백암폭포로 가는 길은
하늘로 뻗은 황금소나무 숲길이다
요럴땐 앤 하나 있어 손잡고 걸었으면 좋겠는데 ~~ㅎㅎ
선두 풍문대장과 오랜만에 온 후미 이프로님
다투듯하는 무전교신이 모두를 즐겁게 한다

백암폭포....
다행인것은 지난해 겨울에 왔을땐
거의 말라 노친네 찔끔찔끔 오줌 싸듯
물이 찔찔 흘러 내렸는데
오늘은 비가 많이 온 직후라 그런지
폭포답게 물줄기가 제법 우렁차게 떨어진다

백암폭포에서 백암산성으로
오르는 구간은 제법 가파르다
선두 짐승 비스무리한 님들은
바람처럼 잽싸게 정상으로 가버리고...
중간에선 한무리의 님들과 함께
쉬엄쉬엄 걸어 묘비가 없는 무덤에 이르자
확 트인 온정리 일대와 멀리 희뿌연 동해바다...
발아래로 푸른 녹음의 조망이 시원하다
가파른 오름길에 호흡이 거칠어질 즈음
한두사람 뒤쳐지기 시작한다

우회길을 버리고 가파른 직진
한바탕 끙끙대며 오른 백암산성...
뒤쳐진 산님들을 다시 만나 계속 진행...
흰바위 밑에서 점심을 할꺼라는
선두 풍문대장의 무전...어메 좋은거 !
안그래도 뱃가죽이 등짝에 짝 붙었는지라
어서 가기를 애써 재촉한다
이제는 그늘진 편안한 꼬불꼬불한
능선을 따라 여유롭게 걸으며
점심을 배불리 먹을 생각에
돼지가 된것 같지만 ...기분이 짱이다

흰바위오름길 넓은 공터에 이르자
점심을 한다던 선두 그룹이 없다
이상해서 무전 교신을 하였더니
뿔~뿔~아뿔싸 ! 선두는 정상에서
점심을 한다는 날벼락같은 소리...
그래서 중간과 후미는 여기서 점심후에
흰바위를 거쳐 정상을 오르기로 하였다

점심 도시락을 게걸스게 헤치우고
보무도 당당하게 정상으로 진격...
사실은 배가 볼러 낑낑~~ 죽을맛 ㅎㅎㅎ
흰바위에 핀 바위채송화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 군락지
그리고 시원스레 보이는
탁 트인 능선과 능선...넘 좋다 !

백암산 정상...헬기장-넓은 공터다
먼저 도착한 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증명을 남길려고 찰칵소리 요란하다
하늘엔 흰구름이 두루뭉실 떠있고
부는 바람은 그리 덥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유희를 즐기는
암컷과 수컷들의 수많은 잠자리떼...
도대체 잠자리들 꽁무니에 뭐가 붙었는지(? ㅋㅋ)~~
나도 잠자리가 되어 고운님이나 찿아 볼까나 ...

정상에서 잠깐 내렸다 싶은데
예상치 못한 벌떼들의 습격~~
갈팡질팡 우왕좌왕 한바탕 소란...
벌에 쏘인 알롱님 꼬마병정님!
에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공짜 한방벌침이라 애써 위로해 주고...

잠시후 이정표가 세워진 선시골 갈림길
이정표의 선시골이란 글자가
희미하여 언뜻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나도 이제 나이가 지천명의 나이
영감소리 들을 날도 멀지 않은지라
도수높은 돋보기 안경이라도 껴야 될듯...

선시골 지능선으로 들어서자
부드러운 산길은 무척이나 호젓하다
단지 사람들들의 조잘대는 소리뿐 ...
선시골로 내려서는 가파른 지능선길
그러나 미끄럽게 급하게 떨어지다가
또다시 편안한 길이 갈지자로 이어지고...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을터 ~~~^*^

선시골 합수점...
범상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암반을 파고 떨어지는 우렁찬 물소리!
앞으로 보여질 비경에 가슴이 두근두근 ...
그토록 고대했던 선시골의 아름다운 비경 ...
아무튼 희망사항이 잘 돼야 될낀데...

그러나 등산로는 선시골 계곡이
심산유곡에 협곡인지라 좌측 능선으로
계곡과는 상당한 높이를 두고 이어진다
귓전에 들리는 계곡의 물 떨어지는 소리
어쩌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선시골의 모습이 얼마나 신비롭던지...
그리고 허리춤으로 흘러내리는
끈적끈적한 땀에 흠뻑 젖은 불쌍한 몸뚱이..
계곡으로 풍덩 뛰어 들고픈 욕망에 애가 탔다
하지만 교신을 주고 받아야할 무전기가
욕망의 발길을 자꾸 못가게 막는다

도대체 언제쯤 계곡으로 빠져들까 ?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루한 능선길 !
미치고 환장할것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능선길 !
다가가기는 커녕 자꾸만 멀어지는 협곡 !
시도때도 없이 얼굴에 눈에 코로 입으로
끊임없이 달라드는 짜증스럽고 성가신 깔따구떼...
겨우 겨우 내려선 선시골 중간 끝자락엔
푸른솔님과 몇몇 선두팀들의 시원한 족욕...
그리고 이어진 계곡의 짧은 물길...
그리고 또... 풍문대장의 다급한 교신 !

선시골 중간쯤에서 계곡으로 무단이탈한
용감무쌍(?)한 풍문대장이 등로를 상실하여
구조(? ㅎㅎ)를 요청하는 애타는 무전 !
어쩌다가 홀로 계곡으로 들었을까 ?
아무래도 낙동강 오리알 ~~~
아니 선시골 오리알 된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한참뒤에 길찿기(?)에 성공한 풍문대장...
후줄근한 모습에 물에 빠진 생쥐꼴 ~~ ㅎㅎ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기똥차게 딱 맞는 말이다 ㅋㅋㅋ
그기다가 디카까지 박살이 났다고...
그것참 우짜다가 그런일이,,,
참 안됏다만... 쩝~ 우야것노 ㅋㅋㅋ

풍문대장과 내려온 선시골 하단
여러개의 작은 폭포와 소 !
그리고 암반사이를 옥구슬처럼
굽이쳐 흐르는 물소리...
옛말에나 요즘 한참 뜨는 광고에
집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비록 원시의 비경이라는 선시골 계곡을
전구간 온몸으로 체험은 못했지만
간간히 그 신비로움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알탕 ~~~ !
처음에는 매미소에서 할려했다
날머리가 너무 멀것 같아 포기하고
선구리 마을 다리밑에서 홀라당~ 풍덩~
그런데 지나가던 마을 주민이 노발대발이다
대낮에 마을 한가운데서 뭐하는 짓이냐구 ~~~
엥 ! 그래도 빤스(?)는 입었는디...
글구 상수원보호구역도 아니구 다리밑인디...????
헉~~~ 어째 분위가 꾸리꾸리하다
민망해서 어쩔줄 몰라 허둥지둥하며
난 잽싸게 새옷으로 완존히 갈아 입었어~~~
그런데 풍문대장 홀랑 젖은 빤스에
바지만 걸치고 급히 줄행랑 ~~~
근데 어디서(?ㅋㅋ) 물이 줄줄 새더라 ...ㅋㅋㅋ
날머리 선구리 백암랜드로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
하나같이 힘들었고 고단했던 모습이
오늘 무더운 백암산 선시골 산행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었고
또한 백암산의 진수를 보여 주는것 같았다
그리고 건네주는 시원한 맥주 한잔...
크 ~ 악 ~~ 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알싸하고 청량한 이기분 ...
한마디로~~~그냥 깜빡 쥑인다
글 - 솔 바 람
사진 - 일부 산방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