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없는 가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 솔바람 -
오래도록 가을 석양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갈바람이 겨울바람처럼 차갑습니다 마음은 허망에 빠져 기약없이 기다린 안타까운 날들 ! 그리움은 요망한 뱀처럼 온몸을 비틀며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별없는 가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가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걸었습니다 못다한 인연이 그림자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게 기다림이란 늘상 즐거움이 아니였습니다 침묵으로 인내하는 끝없는 시간과의 기다림속에 순간순간 따뜻한 인연의 소중함을 그리워합니다
배터리 꺼진 휴대폰처럼 마음은 암흑에 떨고 있습니다 이대로 그냥 애써 외면하며 내버려 두어야겠습니다 다만 삶의 한가운데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이제는 비록 조금씩이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아직은 이별없는 가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에 가끔은 가슴 아파했던 사랑의 허상들을 잊기가 쉽지는 않지만 서서히 마음를 비워야겠습니다 떠나야만 하는 이별의 아픔을 모르는것도 아닙니다 미련스럽게 돌아서지 못함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잠시 지루한 기다림에서 한발짝 뒷켠으로 물러납니다
소슬한 가을 밤바람이 가슴을 차갑게 에입니다
아직도 속된 미련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끝끝내 두 영혼의 설레임이 하나가 되지 못한채
사바의 강을 서러운 눈물로 넘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별없는 가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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