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글

나는 아직 나의 여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솔바람* 2008. 9. 3. 19:16


 
 
 
나는 아직 나의 여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 솔바람 -

 

           
          낡은 흑백사진속 유년시절의 해맑은 사랑하나
          불현듯이 그런 기억의 편린이 재림한 것처럼
          어느 여름날 살며시 다가온 살가운 존재...
          갑자기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웁니다
          마음에 둘 수 없는 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나는 아직 나의 여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뜻모를 미소띤 눈빛으로
          알듯 모를듯 애매한 시간을 사르며 
          기억의 한 구석으로 사라져 갈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은 허상이
          무슨 까닭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여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읍니다 

          두번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고 
          숱하게 다짐을 하고 다짐을 했지만 
          가슴에는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억장이 무너질것 같은 애잔한 가슴에
          붙잡지도 못할 여름이 가을에 떠밀려
          그냥 그냥 흘러 가고 있읍니다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망각의 시간은 
          한때의 인연이라는 글자만 남겨두었습니다
          운명처럼 슬금슬금 떠나 가는 여름이
          비록 그 햇살이 불같이 뜨겁다해도
          세월에 떠밀려 어쩔수 없이 간다해도
          아직 나는 여름을 그냥 보낼 수가 없습니다

          올 비인지 갈 비인지... 비가 억수같이 내립니다
          상처난 가슴에도 서러움의 비가 내립니다
          문득 내가 생각이 나는 사람... 그리고
          그사람이 먼 발치서 나를 그리워해주는
          그런 인연과 술잔이라도 기울이고 싶습니다
          아직 나는 나의 여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