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산

월악산 - 겨울의 끝자락에 서다

솔바람* 2007. 3. 19. 17:35

 

               

    겨울의 끝자락에 선 월악산(月岳山) 
 
      2007년 2월 25일 일요일 흐린 날씨에
      산정에는 가는 눈발이 가끔 흩날리는 
      월악산을 ㅇㅇ산방의 산우님들과 
      보덕암-하봉-중봉-영봉-덕주사로 종주하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잠시 머물다가
        바람따라 구름가듯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겨울이 가고 새봄이 변함없이 다시 오듯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겨울의 끝자락 이곳 월악산 또한 
        사람들은 자연속에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삭풍과 눈꽃으로 숨막혔을 한겨울의 월악산은 
        이제 떠나 보내는 시간과 오는 봄을 기다리는
        시간의 중간에서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계절의 끝에는 언제나 열꽃처럼 타오르던

        화려함은 어김없이 사라지고 앙상한

        잔상들만 존재할 뿐이다
        순백의 순수함이 사라져 버린 잔설에도 
        쪽동백에도 마가목에도 박달나무에도...

 

 

       하늘에도 대지에도 겨울은 이미 떠나려 한다
       더 머무르고 싶다해도 세월에 떠밀려 가야한다
       그러나 이곳 북쪽의 험준한 월악산의 겨울은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쉬이 떠나가질 못하고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고 심장이 터질듯한

       가파름에 그 '악산'의 이름만큼이나 길을

       편히 내주질 않는다

 

 

       암릉과 가파른 계단 그리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오르 내리면서 쏟아낸 거친

       숨소리와  하얀 입김으로 하봉을 우회하고

       중봉을 거쳐 오른 산정 "영봉"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산을 정복했다는

       말을 잠시 떠올린다
       산은 태곳적부터 그자리에 그대로 그렇게

       있을뿐인데 한낱 미물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산을

       정복할수 있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세상사 애환과의 
        잠시 해탈이라는 가면을 쓴 해후가 아닐까
        힘겹게 산정에 올라 잠시 소망하는 것은 
        신선이나 사는 선계(仙界)의 이상향은 아닐까
        길지도 않은 인생 북망산 가는 그날까지
        오직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삶이 있을 뿐이다

 

 

        잿빛하늘에서 간간히 흩날리는 실눈발은
        아직도 겨울이 감을 아쉬워하는지

        갈 길을 잃고 사랑하고 미워할 사이도 없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실개천같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작은 소에는 어느덧 해질녘

        월악산의 산그늘이 떨어지고 있다 
        알싸한 저녁바람이 얼굴을 차갑게 스치고

        지나간다

 

 

 

          * * * * * * * * * * * * * * * * * *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구천을 떠돌듯이

          산신령이나 될까하고 산을 산따라 물길을 따라

          바람처럼 이리저리 떠돌다 귀신도 못되고 만

          미물이 횡설수설하는 무상한 세월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