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근교산

신불산 눈속에 길잃고 칼바람에...

솔바람* 2007. 3. 8. 18:01

 

                     신불산 눈꽃산행

 

            2006년3월1일 수요일 삼일절에

            밤새 제법 많은비가 내렸으니 아마 산엔 엄청 눈이 왔으리라...

            이른 아침 배낭을 꾸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혹시? 최윤석이 ! 휴일인데 근무일까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윤석의 폰이 울린다..... 흐흠-- ! 역시 산꾼의 이심전심이랄까 ?

            뭔가 통하는것이 있나부다... 그러나 그는 하필 오늘 근무라서

            못간다 하면서, 지난주 신불산 갔더니 운무가 쥑이더라면서,

            오늘 눈이 많이 왔을건데 하면서, 동행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하며

            잘 갔다와서 카페에 눈소식이나 올리라 한다...

            오 ! 나의 산행지기!  친구야 ! 섭섭하고도 미안하여라!

            그래서 신불산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쏜살같이 휑하니 날랐다

            언양가는길.... 차창으로 보이는 알프스의 여러 산군들......

            온통 새하얀 흰옷을 갈아 입은 모습에 가슴이 이내 쿵쾅 요동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나만의 초행길 눈길 등산로>

 

           산행들머리인 간월산장에 이르러 스팻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왠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에 초행의 발자욱을

           남기고 싶은 알수없는 야릇한 충동에 대부분의 산꾼들이

           즐겨 다니는 홍류폭포를 거치지 않고 일반인들은 험하여

           잘 가지 않는 이른바 신불산 험로코스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까지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보이질 않아서

           나홀로 첫눈길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 간다는 묘한 쾌감이

           온몸에 전율하듯이  엄습한다


                      <험로의 능선에서 본 신불산 칼바위와 공룡능선>

 

           하늘은 잿빛으로 어둑어둑하고 세찬 칼바람이 이따끔 몰아치고

           종아리까지 차오르는 눈에 뭍혀버린 길을 나홀로 헤치면서

           자꾸만 자꾸만 깊은 산속으로 가쁜 숨을 헐떡이며 빠져들어간다

           한참을 그렇게 빠져든 산속...하늘은 어느새 시커멓게 변하고...

           혼자 걷는 이깊은 산속엔 을씨년스럽게 스산한 적막이 감돌고 

           하늘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그제서야 덜컹 약간의 두려움과 공포심에, 능선을 타고 오르는

           세차게 불어오는 따가운 칼바람에 얼굴이 얼어버릴것 같아

           이미 때늦은 잠깐의 후회(?)아닌 후회를 해본다........

           그러나 그 숱한 산행중에 어디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였던가 ?

           알량한 용기(?--ㅋㅋ)를 다시 내어 그대로 진행하였다.  

   

                                        <신불산 정상 오름길 능선>

 

          도대체 여기가 어디쯤 될까 ?

          수년전 초여름에 한번 다녀간 길인데도 길은 온데간데 없이

          눈속에 파묻혀 버리고  사방이 온통 어두컴컴하니 알수가 없다

          간신히 뛰엄뛰엄 보이는 리본을 따라 눈을 헤치면서 오르는데...

          허걱 ! ----- 그만 길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뿔사 ! ------ 이일을 어찌할꼬 ?

          한참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아도 이어진  길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기엔 이놈의 고집이 이미 노브레이크 상태!

          무작정 능선을 향하여 오르다 보면 여러번 겪은 경험으로 미루어

          마루금이 나오겠지하며  다시 힘을 내어 가슴 조이며 오른다

          아무래도 ???? ...... 미친넘이여 ! ㅎㅎㅎ


                                                 <신불산 정상에서>

 

          한참을 엄청나게 쌓인 눈을 헤치며 오르니 반가운 리본이 보인다

          아이고 ! 넘넘 반가운거... !!!!!!

          길을 알리는 그 빨간 리본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 ...ㅎㅎㅎㅎ

          그러나 이어진 암릉절벽 ! 그리 높지는 않았으나 눈속에 파묻혀

          있으니 어디에다 발을 딛고 올라야 할지 알수가 없어 난감하기가

          이를데 없다 ..... 잠시 절벽 옆을보니 가느다란 로프가 걸려 있어

          다행이다 싶어 로프상태를 점검해 보니 너무 오래되고 부실하여

          아무래도 안심놓고 이용하기엔 너무 상태가 위험해 보인다

          이 로프에 몸을 의지했다가 행여 외줄 가느다란 로프가 끊어지면

          그대로 절벽 아래 계곡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낙심만만 !!! 고심끝에 암벽사이로 난 작은 잡목줄기를 잡고

          오르기로 결심을 할수 밖에 없었다


                                       <신불산 정상의 광활한 설원>

 

           가느다란 잡목을 손으로 부여잡고 낑낑대며 거의 암벽의

           절반을 올랐나 싶은데 붙잡고 매달릴 잡목도 암벽에 발을

           내디딜 만한 곳을 �아 보았으나 더이상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도로  뛰어내릴려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있던 아래장소가

           너무 협소하여 자칫하다간 눈 때문에 미끄러지면 그대로

           계곡으로 추락할것 같아 도대체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대로 암벽중간에 매달려 아둥바둥.... 위험천만한 형상이다 

           아이고 ! ---- 하느님 ! 부처님 ! 

           아니 아니지 --- 산신령님 !!!!!!  이일을 어찌할꼬 !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암벽 한 중간에 매달려 있으니 !!!!


                                   <정상에서 내려다본 신불공룡능선>

 

           어쩌면 조난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뇌리를 스친다

           양손으로는 잡목줄기를 붙잡고 있으니 휴대폰도 쓸수 없고

           간신히 붙잡고 있는 그손을 놓았다간 그대로 추락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고..... 아이고 ! 미치겄네~~~

           그 순간에 수많은 생각과 고통이 이루 말할수 없이 스쳐간다 

          누군가 한 사람만 있다면 밑에서 스틱으로 받쳐만 주면 되고

          만약 이암벽을 올라만 서면 밑에 있는 사람을 위에서 당겨주면

          되는 그리 어려운 코스도 아닌데...아 ! 딱 한사람이 필요하다 !

   

                           <하산길 뒤돌아본 신불산과 칼바위 공룡능선>

 

           한이십여분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렇게 매달려 있었든것 같은데 ...

           아래쪽 어디선가 사람 말소리가 들려 온다 ...워매~ 반가운거 !!!!

           이제는 살았다 싶었다. 이윽고 한무리의 산꾼들이 도착하였다

           그 산꾼들이 매달려 있는 날 보고는  놀라서 우째 올라가능교 한다

           짐짓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태연한척(?-ㅋㅋ)하며, 용을 쓰는척...

           좀 힘드네요 하면서 누가 밑에서 스틱으로 발을 좀 받쳐 달라하여 

           겨우 그 암벽꼭대기에 낮은포복하듯 기어 올라섰다

           휴 !---- 살았다 !!!!! 에고 ! 아무래도 내가 미쳤지 !


           <공룡능선에서본 간월산과 이어진 배내봉능선/아래로 간월릿지>

 

             간신히 도움을 받아 먼저 암벽에 올라서서  밑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당겨서 모두 올라 오게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또다시 눈밭을 헤치며 오르니 이내 중간 능선이 나온다

             지금부터는 길이 확 트인 길이라 별 어려움이 없고,

             주위에 흐드러지게 핀 설화를 여유롭게 만끽하면서 ....

             드디어 12시반경 신불산 정상을 밟다.

             계속하여 칼바람은 세차게 살을 에이고 서있기 조차도 힘든

             광풍이 휘몰아친다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바람이

             들지않는 아지트(?)에서 라면을 끓여먹고는 정상에 흐드러지게

             지천으로 피어있는 환상의 눈꽃을 보고 하산을 서두른다


                             <지나온 공룡능선과 칼바위를 뒤로하고>

 

             아무래도 오름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었고 시간도 꽤 흘러서

             얼른 하산하여 사우나에 푹---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공룡능선의 암릉군 중간지점에서 하산하리라 마음먹고 내려선다

             그러나 공룡의 등을 타는곳 까지도 차갑고 매서운 광풍이

             멈추질 않는다. 능선을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기다시피 엉금엉금

             공룡의등짝에 바짝 몸을 들러 붙어서 한참을 내려가도 무지하게

             차갑고 세찬 바람에 도대체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 예전에

             올라왔던 로프가 메달려 있던 하산지점이 어딘지 또 헤깔린다

             기어코 그 지름길 하산코스를 놓치고 말았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칼바위 구간을 세찬 바람에 서서는

             도저히 지날수 없어 바짝 칼날에다 몸을 바짝붙여 거북이처럼

              살금살금 기어서 간신히 초긴장의 스릴속에 통과하였다

 

                       

                  <하산 날머리 홍류폭포>

 

          칼바위 끝지점에서 직진하면 제2공룡능선으로 하여 자수정동굴로

          가고  좌로 내려서야 날머리인 홍류폭포로 가는 등산로이다

 

                      <산행 끝 무렵에>

 

           편안한 마음으로 서너번의 로프구간을 통과했나 싶은데

           마지막 로프구간에서 방금 첫로프구간을 올라선 어린여자아이와

           삼십초반의 이쁜 미시녀(?ㅎㅎ) 그리고 아저씨 둘인 완전초보인

           한무리의 가족산행팀을 만났는데 목소리까지도 고운 그 미시녀가

           무척 힘들어 하면서 정상가는데 또 이런 험한데가 있느냐 또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땀을 뻘뻘흘리며 헥헥거리면서 묻는다

 

           이번것 보다 더 험한 로프구간이 서너번 더있고 공룡능선은

           우회하면되고 신불산정상까지는 두시간은 족히 가야하며

           하산까지는 5시간이상 걸린다 하니 금새 새파랗게 질려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험한데를 날 꼬시가 왔냐면서 도로

           내려가자고 그녀의 남편에게 협박하듯이 윽박(?)지른다 

 

           그 남편에게 신불산에 처음 왔냐니까 머쓱해하며 처음이란다

           그러면서 친구인듯한 다른 남자의 옆구리를 쿡- 쑤신다

           그래도 일행 모두 어째 알기는 알았는지 눈산행에 필요한

           단발짜리 싼 아이젠은 다 차고 있었으나 방한모도 방한장갑도

           두터운 방한복도 없이  일반 잠바에 모자에다 면장갑뿐이다...

           이런 !!! 무모한 사람들을 봤나 !!!

 

           그 이쁜 미시녀가 이남자들을 못 믿는다며 날더러

           여기서 하산한다며 방금 올라온 로프을 도로 타고 도저히

           내려 갈 자신이 없으니 좀 도와 줄 수 없느냐 한다

           허--걱 ! ~~~~ 럴수! 럴수 ! 이럴수가!!!! &%@@*%&$!*&


           그래서 내심 못이기는척 하면서 먼저 노련한 실력(?--ㅋㅋ)으로

           로프를 타지 않는 옆으로난 쉬운길의 조그만 암벽으로 내려서서

           먼저 어린 여자아이를 안아서 내리고 그 이쁘고 날씬한

           미시녀를 꼬~옥(^^-^^ ㅋㅋㅋ)껴안고는  사뿐히 내려 주었다...

           으허허허! 이런 복이 ~~~ 고것 참! 그기분 만땅이네 ~~~

 

            너무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상냥하게 건네는 그녀를 두고

            암 말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인상이 완존히 찌그러진

            남편과 그의 친구인듯한 또 한사람의 남자가 난감해서

            어이없어 하는모습 !!!!!  허~ 거참 ! 별일도 아닌데! --쩝쩝 !!!

            결국 그 두 남자는 니가 산에 가자켓니 내가 가자 켓니

            하면서 서로가  울그락 불그락 곧 한판 붙을것 같은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자 그 미시녀가 이 못난 사람들아 ! 모하고 있노? 하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성질이나서 닥달하니 두 남자 아무말도 못하고

            씩씩거리며 암벽을 내려서는데 그만 두 남자 모두 차례로

            미끄러져 바위 아래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 지고 말았다 

            헉 ! 순간 분위가 묘하게 돌아갈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그리 높지않는 곳에서 미그러져 떨어져 나뒹굴었으니 별로

            다치진 않았을거고, 잽싸게 그들을 일으키고 괜찮냐고 한 다음

            그녀에게 좀 쉬었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 오시라고

            친절히(?) 말한 다음 부리나케 그 현장을 황망하게 빠져 나와

            어쩌면 아주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뒤도 안 돌아보고 삽십육계 줄행랑쳐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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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눈꽃이 만발한 신불산에 꿈을 안고....  천당에 갔다가

           눈밭에 길을 잃고 바위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지옥갔다가

           천사(?)처럼 이쁜 남의여자를 구조한답시고 한번 꼭 안아본

           천당의 시간.......그만 그것이 오버해 버려서 줄행랑치고 ...

           생각해 보니 그것 또한 지옥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

           아 !--- 나는 오늘 천당과 지옥을 두번씩이나 넘나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