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에서 이별연습을...
* 언제 : 2007년 11월 17일 토요일 맑음
* 코스 : 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
만일재-구름다리-두륜봉-진불암-대흥사
* 시간 : 12:00 - 13:30(3시간 30분)
이땅의 남쪽 땅끝 동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멀고먼 남도땅 - 해남 !!!
그 해남땅에 아름다운 두륜산 그리고 초의선사 !!!
새벽 밤바람을 가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내달려
차창밖으로 보이는 조각같이 아름다운 덕룡산과
주작산을 주마간산으로 스치고 능선과 고개를 거쳐
이어진 두륜산의 고계봉은 아쉽게 뒤로 남기고서
노승봉을 올라 가련봉-두륜봉을 거쳐 대흥사로
내려서는 가을이별을 예감하면서 짧은 늦가을
산행을 하였다

- 오심재에서 본 노승봉
두륜산 !
대둔산이라고도 한단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둔산과 동명이산이다
하여 두륜산이라 함이 아니 헷깔릿듯 하다
그리고 산아래 있는 고찰 대흥사는
대둔사라고도 한단다
그러나 절의 일주문에는 두륜산 대흥사라
적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보아
대둔사라함이 옳을 듯 하다

- 노승봉에서 본 가련봉 가는 능선
두륜산의 산정인 노승봉,가련봉
그리고 두륜봉으로 가는 능선은
이미 가을이 떠나가고 곧 다가 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만이 부는 바람에
가늘게 떨고 있었다

- 두륜산 최고봉인 가련봉에서 본 능선
이제 가을을 보내야 하는
이곳 남도의 땅끝마을 해남의
끝에 자리한 두륜산에도 가을을
이별해야 하는 길목에 서있다
저산을 넘고 넘어 도솔봉을 지나면
이땅의 마지막 산인 땅끝에 앉아 있을
달마산이 있을 텐데...
달마산에는 단풍이 아직 남아 있을까 ?

- 골짜기로 내려간 가을 단풍
단풍은 이미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
오랜 산사-대흥사에 잠시 머물러 있다
짧은 세월에 불 같았던 생명을 다 태우고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남겨두고
차가운 동토의 겨울을 온 몸으로 맞이 해야 한다

- 가련봉에서 뒤돌아본 노승봉
가련봉 !
그 이름의 뜻을 알 수 없지만
얼마나 오랜세월을 홀로 지내서
오죽이나 가여웠으면-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 이름마져도 애틋한 가련봉이라 했을까 ?
암릉으로 이어진 험한 능선이 걷는이로
하여금 그리 지루하지 않을 만큼
그리고 힘들지 아니하는 잔잔하고
솔솔한 재미를 준다

- 만일재에서 본 두륜봉
바람에 일렁이며 마지막 남은 생을
후대에 이으려 온몸으로 애쓰는 억새의
갸녀린 몸짓 넘으로 해지는 오후의
어스름한 햇빛에 신비스럽게 보이는
두륜봉 ! ! !
어서 빨리 가보고 싶은 조바심이 일어
괜히 급할것도 없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 만일재의 억새의 군무
바람이 늦가을을 타고 소슬하게 불어온다
바람에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리는
억새의 애처로운 몸짓 !
서로서로 차가운 바람에 몸을 부대끼며
이 가을을 보내야 하는 이별을 연습하듯이
이별노래에 흐느적이며 춤을 추고 있는듯 하다
가을을 보내야 하는 ...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노래와 춤사위을!!!

- 두륜봉에서 본 노승봉과 가련봉
가을은 이미 떠나고 가지 끝에 메달려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거의 다 떨어지고 몇 잎
남아 있지 않는 초라한 잎들과 열매들!
곧 삭풍이 부는 모진 겨울이 올텐데....
어서 어서 겨울이 오기전에 떠나질 않고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아서 아직도 여기서
머무르고 있을까 ?

- 두륜산 구름다리
구름다리라 해서 대둔산이나 월출산의
철제로 된 출렁다리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참 을 두리번거리며 헤메이는
어처구니 없는 바보같은 짓을 하였다
가져간 약도에 차라리 돌구름 다리라 햇으면
헷깔리지는 않았을텐데...
보잘것없어 보이는 검푸른 산죽이
이 못난 녀석을 조롱이나 하는 듯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가늘게 떨고 있었다

- 두륜봉
두륜봉 뒤쪽으로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생긴 가련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두륜봉에서 다시 되돌아 나와서 구름다리에서
고찰 대흥사로 내려서다
내려서는 중간에 있는 일지암을 둘러 보기로 하면서
제법 험한 그리고 비탈진 바윗돌 구간을 내려선다

- 진불암
인적이 뜸한 한적한 암자의 가을은 이미 떠나고 없다
암자 뒤쪽으로 두륜봉이 아련하게 보일뿐....
진불암에서 초의선사가 기거했다는 일지암으로
내려 서려고 했으나 소지하고 있던 부실한 약도로서는
도무지 길을 알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 대흥사(또는 대둔사)
가을단풍이 아직도 곱게 남아있고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흥사는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크고
풍광이 아름다운 대가람이였다
북한땅 묘향산 보현사에 기거한줄만 알았던
사명대사와 함께 임진왜란때 승병을 일으켰던
서산대사의 부도도 있고... 또한 그를 기리는
사당인 표충사도 있었고.....
그보다도 선승인 초의선사의 발자취였다
조선 후기 불교계에 선풍을 일으키고
명맥만 유지하던 우리 차와 다도를 중흥시켜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 !

- 두륜산 대흥사 계곡
그러나 초의선사의 흔적은 아마 일지암에 있는지...
대흥사 경내에는 다만 그를 기리는 커다란 좌상만 있을뿐...
가슴 한 켠에 아쉬움만이 덩그러니 남아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곡에는 수많은 낙엽들이 떨어져 흐르는 물에
떠밀려 내려가고 이 가을도 따라 떠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이 가을도 내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야 될 듯 싶다
그리하여 이별도 미리 마음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별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
그래야 이별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 할테니까 .....
*** 솔 바 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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