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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新綠)의 두타산과 청옥산
2007년 6월 10일 일요일 맑음
산사랑산방의 산우님들과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을 가진 삼척의 두타산을 거쳐
청옥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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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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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통같이 뜨거워진 햇살에
여우비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잠시 환상에 젖어 꿈을 꾸듯이 오르고 또 오른다
유월의 길목에 어디선가 다가오는 싱그러운 녹음의
고운 빛과 들려오는 수많은 생명의 소리들...
여름은 그렇게 이곳 머나먼 두타산에도
도둑 고양이 걸음처럼 아무 소리없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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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진한 성하(盛夏)의 푸르름이
이토록 가슴을 저미게 하는 것임을
예전엔 왜 미처 몰랐을까
상큼한 실바람이 땀방울에 젖은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잠깐만이라도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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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늘 그렇듯이 산행길은
한가한 여유로움만 주는 것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 가는 만큼
점점 지쳐져 가는 시간들이 더해지고
존재의 이유조차도 망각으로 사라질 쯤
힘겹게 걸어온 시간만큼이나 힘들어 하는
보잘것 없는 내 육신(肉身)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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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살아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달픈 삶의 여정에
남은 세월은 그리 길지도 않는것 같은데
어디로 또 어떻게 살아 가야 할까...
이제는 삶의 끈을 잠시 놓아 두고
발길 닿는 데로 허허로이 흘러 가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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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 가버린 무상(無常)한 지난 날들
다시는 되 돌아 갈 수 없으며
단지 추억으로만 돌아갈 수 있을 뿐이다
밀려오는 아쉬움과 기나긴 회한(悔恨)에
온몸으로 사시나무 떨 듯 몸서리친다
좀더 진솔한 사랑으로 붙잡지 못한
지나온 세월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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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녀린 마음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청옥산에다 고이 고이 깊이 묻어 두고
내려서는 벼랑길에 뜨거운 땀방울만
무수히 쏟아 내고는 그져 속절없이
또 살아 가야 할 질긴 인연의 세상으로
떨어지지 않는 힘겨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느 산꾼이 소리없는 열병(熱病)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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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슬픈 사연의 연인들이
이별을 하듯 어둠에 뭍혀 버린 산-두타와 청옥을
뒤로 하고 또다시 고달픈 세상으로 돌아와
늦은밤 빈 술잔 앞에서 힘겨운 삶을 마주한다
웬지 모를 아쉬운 마음에 서러운 눈물이
하염없이 날 것만 같아 이미 취해버린
술잔에다 차가운 술을 붓고 또 붓는다
..... 솔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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